인간 수명의 한계는 몇 살일까 — 150세와 100세, 논문이 갈리는 지점


도입

「인간 수명 150세」라는 말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검색창에 「인간 수명」을 치면 자동완성으로 150세, 200세, 심지어 500세가 따라 나옵니다. 한쪽에서는 「100세 시대」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미 태어난 아이 중에 150살까지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숫자가 이렇게 벌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마다 다른 논문을 근거로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논문들을 직접 찾아봤습니다. 다섯 편입니다. 그리고 다섯 편이 서로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1. 「150세」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왔나

이 숫자의 출처는 2021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논문입니다.

연구진은 상업 진단 검사실의 대규모 혈액검사(CBC) 기록을 개인별로 시간을 따라가며 분석했습니다. 한 번 찍은 사진이 아니라, 같은 사람의 수치가 나이 들며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본 겁니다.

여기서 이들이 만든 지표가 DOSI(dynamic organism state indicator)입니다. 혈액 수치들을 하나의 값으로 압축한 것으로, 쉽게 말해 「몸 상태가 기준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나」를 나타냅니다.

핵심은 이 지표의 회복 시간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몸 상태가 흔들려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 회복이 느려집니다. 연구진은 이 회복 시간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늘어나는지를 계산하고, 그 추세를 그대로 연장했습니다.

회복 시간과 변동폭이 동시에 발산하는 지점 — 즉 한 번 흔들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지점이 120~150세로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하루 활동량 변동에서도 다시 확인했다고 적었습니다.

짚어야 할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이건 120~150세까지 산 사람을 관찰한 결과가 아닙니다. 추세를 연장해서 계산한 값입니다. 논문 자체도 이를 「외삽(extrapolation)」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 그런데 인구 데이터는 다른 말을 합니다

2024년 네이처 에이징에 실린 논문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추정이 아니라 실제 사망 통계를 봤습니다. 가장 오래 사는 나라 여덟 곳 —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한국,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 여기에 홍콩과 미국을 더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치를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1990년 이후 기대수명 개선은 감속(decelerated)했습니다.

20세기에 고소득 국가의 기대수명은 약 30년 늘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승세가 1990년 이후로는 꺾였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추정치를 냈습니다.

항목이 분석의 추정
100세까지 생존하는 여성 비율15%를 넘기 어렵다
100세까지 생존하는 남성 비율5%를 넘기 어렵다

논문 제목이 그대로 결론입니다. 「21세기에 급진적 수명 연장은 있을 법하지 않다(Implausibility of radical life extension in humans in the twenty-first century)」.

단, 연구진은 조건을 달았습니다. 「생물학적 노화 과정 자체를 늦추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입니다.

1
이 분석이 제시한 100세 생존 상한 — 여성 15%, 남성 5%
20세기의 상승세와 1990년 이후를 겹쳐 놓으면
20세기의 상승세와 1990년 이후를 겹쳐 놓으면

3. 사망률이 모이는 지점은 95~100세 — 그리고 30년째 그대로

2025년에 나온 세 번째 논문은 또 다른 각도에서 봤습니다.

인구학에는 「사망률 보상효과(compensation effect of mortality)」라는 오래된 관찰이 있습니다. 나라마다 젊을 때 사망률은 크게 다른데, 나이가 아주 많아지면 그 차이가 한 점으로 모인다는 현상입니다.

젊은 층 사망률이 높은 나라는 노화 속도가 완만하고, 낮은 나라는 가파릅니다. 그래서 어느 나이에 가면 만나게 됩니다. 이 만나는 나이를 종 특이 수명(SSLS)이라고 부릅니다.

연구진은 UN 생명표 251개국·지역, 1980~2020년 자료로 이 값을 계산했습니다.

통계 품질이 좋은 선진국에서 SSLS는 95~100세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값은 30여 년 전 추정치와 같았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 그 사이 젊은 층 사망률은 크게 떨어졌는데도, 수렴점 자체는 움직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세 논문이 가리키는 나이를 한 줄 위에 올려보면
세 논문이 가리키는 나이를 한 줄 위에 올려보면

4. 반대쪽 — 108세를 넘기면 사망률이 더 오르지 않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계가 있다」로 기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반대 결과를 낸 논문이 있습니다.

2021년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에 실린 분석입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준초백세인(semi-supercentenarian) 자료를 극단값 통계로 다뤘습니다.

나이가 들면 사망률은 계속 올라갑니다. 이걸 곰페르츠 법칙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주 높은 나이에서는 이 상승이 멈춘다는 관찰이 있었습니다.

이 분석의 결론은 108세를 넘어서면 사망 위험이 일정(constant force of mortality)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망률이 평평해진다는 건, 다음 생일을 맞을 확률이 108세나 112세나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올라가다 멈추는 벽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평지라는 그림입니다.

곰페르츠대로 계속 오르는 선과, 108세에서 평평해지는 선
곰페르츠대로 계속 오르는 선과, 108세에서 평평해지는 선

연구진은 검정력 계산까지 붙여 이렇게 적었습니다.

「130세보다 낮은 곳에 상한이 있다는 것은 있을 법하지 않다.」

그리고 물리적 상한이 있더라도 너무 커서 도달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해에 나온 두 논문이 120~150세130세보다 낮은 상한은 없다를 각각 말한 셈입니다.

2024년에 나온 리뷰 논문 하나도 이 「후기 사망률 감속(late-life mortality deceleration)」을 인간 사망률의 주요 규칙성 중 하나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곰페르츠 곡선이 108세에서 갈라지는 과정
곰페르츠대로 계속 오르는 선과, 108세에서 평평해지는 선 · 영상으로 보기
곰페르츠대로 계속 오르는 선과, 108세에서 평평해지는 선 (13초)

곰페르츠대로 계속 올라가는 쪽과, 그 자리에서 평평해지는 쪽


4-1. 그런데 최고령 기록 자체가 논쟁 중입니다

이 대목에서 짚어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이런 분석은 최고령자 기록이 정확하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20대 무렵의 잔 칼망 (1895년 촬영, 퍼블릭 도메인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20대 무렵의 잔 칼망 (1895년 촬영, 퍼블릭 도메인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공식 최장수 기록 보유자로 알려진 잔 칼망(Jeanne Calment)에 대해, 2020년 리쥬버네이션 리서치에 실린 논문이 이 논쟁을 정리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칼망의 기록을 두고 「딸이 신분을 바꿔치기한 결과이며 기록이 허위」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저자는 극단적 장수 주장을 검증하는 일 자체는 타당하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단일 사례 하나를 인정하든 반박하든, 노화와 수명에 대한 과학 지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즉 「칼망이 진짜냐」와 「인간 수명에 한계가 있느냐」는 다른 질문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최고령 구간의 데이터가 얼마나 얇은지는 이 논쟁이 잘 보여줍니다.


5. 지금까지 확인된 것과 확인 안 된 것

확인된 것

  • 1990년 이후 최장수 국가들에서 기대수명 개선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 — 실제 사망 통계로 확인됐습니다
  • 나라 간 사망률이 수렴하는 나이가 95~100세이고, 30년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
  • 108세 이후 구간에서 사망률 상승이 멈추는 패턴이 이탈리아·프랑스 자료에서 관찰된다는 것

확인 안 된 것

  • 120~150세라는 값은 관찰된 것이 아니라 계산으로 연장한 값입니다. 그 나이까지 산 사람의 데이터는 없습니다
  • 108세 이후 「평평함」이 몇 살까지 이어지는지는 데이터가 없습니다. 그 나이대 인원 자체가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면」이라는 단서가 실제로 사람에게서 달성된 적은 없습니다

이 글에서 뺀 것

수명 연장을 표방하는 보충제·시술 이야기는 넣지 않았습니다. 이 글의 논문들은 인구 집단의 사망률 패턴을 다룬 것이지, 개인이 무엇을 먹어서 몇 년 더 산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둘은 다른 층위의 질문입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도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위 논문들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를 본 것이고, 「그중 몇 년이 건강한가」는 별개의 자료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같은 해에 나온 두 논문이 이렇게 갈립니다.

한쪽은 몸의 회복력이 무너지는 지점을 계산해 120~150세를 말하고, 다른 쪽은 실제 최고령자들의 사망 기록에서 130세 아래에는 벽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인구 통계는 95~100세에서 뭔가가 계속 모인다고 말합니다.

세 숫자 모두 각자의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접근이 더 답에 가깝다고 보십니까. 개인의 생체 지표를 연장한 계산인지, 실제로 그 나이를 살아낸 사람들의 기록인지 — 댓글로 의견 남겨주시면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보겠습니다.


참고한 논문 (원문 링크)
  • Pyrkov TV 외. *Longitudinal analysis of blood markers reveals progressive loss of resilience and predicts human lifespan limit.* Nature Communications 12:2765 (2021)

- PubMed 34035236 — https://pubmed.ncbi.nlm.nih.gov/34035236/

- doi 10.1038/s41467-021-23014-1 — https://doi.org/10.1038/s41467-021-23014-1

  • Olshansky SJ 외. *Implausibility of radical life extension in humans in the twenty-first century.* Nature Aging (2024)

- PubMed 39375565 — https://pubmed.ncbi.nlm.nih.gov/39375565/

- doi 10.1038/s43587-024-00702-3 — https://doi.org/10.1038/s43587-024-00702-3

  • *The Compensation Effect of Mortality: A Global Analysis of Human Populations.* Ageing and Longevity Research (2025)

- PubMed 41438258 — https://pubmed.ncbi.nlm.nih.gov/41438258/

  • Belzile LR 외. *Human mortality at extreme age.* Royal Society Open Science 8:202097 (2021)

- PubMed 34631116 — https://pubmed.ncbi.nlm.nih.gov/34631116/

- doi 10.1098/rsos.202097 — https://doi.org/10.1098/rsos.202097

  • Gavrilov LA, Gavrilova NS. *Exploring Patterns of Human Mortality and Aging: A Reliability Theory Viewpoint.* Biochemistry (Moscow) (2024)

- PubMed 38622100 — https://pubmed.ncbi.nlm.nih.gov/38622100/

- doi 10.1134/S0006297924020123 — https://doi.org/10.1134/S0006297924020123

  • *Jeanne Calment, Actuarial Paradoxography and the Limit to Human Lifespan.* Rejuvenation Research (2020)

- PubMed 31578937 — https://pubmed.ncbi.nlm.nih.gov/31578937/

- doi 10.1089/rej.2019.2272 — https://doi.org/10.1089/rej.2019.2272


이미지·영상 출처
  • 사진 1장 — 잔 칼망(1895년 촬영).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Jeanne_Calment_1895.jpg

  • 그래픽 4장·동영상 1편 — 위 논문들에 적힌 수치와 서술을 바탕으로 직접 제작했습니다.

실측 데이터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닌 그림에는 「개념 모식도」라고 표기했습니다.


이 글은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들어보긴 했는데, 진짜일까.
논문으로 확인하고 말합니다. — 진짜 그런가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데자뷰 0.5초, 뇌가 만든 시간의 비밀

레스베라트롤은 정말 장수 스위치를 켜나 — 구조를 직접 열어봤습니다

아르기닌과 시트룰린, 혈관에 좋다는 말은 어디까지 확인됐나 — 논문 6편과 구조 7개를 직접 열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