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약 「27% 늦춘다」는 무슨 뜻일까 — 레켐비·키썬라, 논문으로 확인한 것

치매약 「27% 늦춘다」는 무슨 뜻일까 — 레켐비·키썬라, 논문으로 확인

먼저 결론부터

치매를 되돌리는 약은 없습니다. 2026년 8월 현재까지 그렇습니다.

다만 진행을 늦추는 약은 나왔습니다. 레켐비(레카네맙)가 국내에 들어와 있고, 키썬라(도나네맙)가 허가 심사 중입니다.

문제는 그 효과의 크기입니다. 「27% 늦춘다」는 문장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18점짜리 척도에서 0.45점 차이를 말합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예방 쪽에 더 큰 숫자가 있습니다. 위험 요인 14가지를 관리하면 치매의 약 45%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는 것이 2024년 랜싯 위원회의 결론입니다. 약보다 이쪽이 큽니다.

▲ 같은 내용을 영상으로 정리했습니다 — 진짜 그런가


1. 치매란 무엇인가

치매는 병 이름이 아닙니다. 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억, 언어, 판단 같은 인지 기능이 떨어져서 혼자 일상생활을 못 하게 된 상태를 치매라고 부릅니다. 그 상태를 만드는 원인 질환이 따로 있습니다.

원인비중특징
알츠하이머병가장 많음기억부터 서서히
혈관성 치매두 번째뇌졸중·소혈관 병변, 계단식 악화
루이소체 치매환시, 파킨슨 증상, 인지 기복
전두측두엽 치매성격·언어 변화가 먼저

이 글에서 다루는 신약은 전부 알츠하이머병 약입니다. 다른 원인의 치매에는 쓰지 않습니다.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2. 알츠하이머병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

두 가지 단백질이 주인공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Aβ) — 뇌세포 바깥에 쌓입니다. 원래 몸이 만드는 단백질 조각인데, 제거되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빨라지면 뭉쳐서 플라크(덩어리)를 만듭니다.

타우(tau) — 뇌세포 안쪽에 있습니다. 원래는 신경세포의 골격을 붙잡아주는 역할인데, 비정상적으로 인산화되면 떨어져 나와 엉킴(tangle)을 만듭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아밀로이드는 증상이 나타나기 15~20년 전부터 쌓이기 시작합니다.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낀 시점에는 이미 오래 진행된 상태입니다.

이 시차가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근본 원인입니다.


▲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타우가 엉키고, 항체가 달라붙어 제거되는 과정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개념 시각화이며 실제 현미경 영상이 아닙니다.

3. 왜 그동안 실패했나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은 오랫동안 실패의 역사였습니다.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데 성공한 약들도 증상은 못 바꿨습니다.

이유로 지목된 것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너무 늦게 줬다. 신경세포가 이미 많이 죽은 뒤에 아밀로이드만 치우는 건 늦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임상은 전부 경도인지장애·경증 알츠하이머로 대상을 좁혔습니다.

둘째, 아밀로이드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밀로이드는 방아쇠일 뿐이고, 실제 증상은 타우가 만든다는 견해입니다.

지금 나온 약들은 이 두 가지 교훈을 반영한 결과물입니다. 초기 환자에게, 아밀로이드를 확인하고, 항체로 직접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4. 현재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나

접근법을 네 갈래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접근목표대표 약물단계
항아밀로이드 항체쌓인 플라크 제거레카네맙, 도나네맙, 렘터네터그승인·시판
항타우타우 엉킴 차단다수 후보임상 1~2상
신경염증 조절미세아교세포 과활성 억제다수 후보임상 2상
대사·기타뇌 인슐린 저항성 등AR1001 등임상 3상

실제로 사람에서 효과가 확인된 것은 첫 번째 줄뿐입니다. 나머지는 아직 결과를 기다리는 단계입니다.


5. 효과가 확인된 약 두 가지 — 숫자 비교

레켐비 (레카네맙)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3년에 실린 CLARITY AD 3상입니다.

레켐비와 키썬라 비교 — 진행 지연 27%와 36%, ARIA-E 부작용 12.6%와 24.0%

▲ 효과와 부작용은 같이 놓고 봐야 합니다. 두 시험은 설계가 달라 직접 비교는 못 합니다.

항목내용
참가1,795명 (레카네맙 898 · 위약 897)
대상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아밀로이드 확인된 사람만
기간18개월, 2주에 한 번 정맥주사
주요 지표CDR-SB (0~18점, 높을수록 나쁨)

결과

18개월 악화 폭
레카네맙1.21점
위약1.66점
차이−0.45점 (95% CI −0.67~−0.23, P<0.001)

0.45 ÷ 1.66 = 27%. 「27% 늦춘다」는 여기서 나온 숫자입니다.

뇌 아밀로이드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59.1 센틸로이드로, 영상에서 플라크가 실제로 빠져나갔습니다.

키썬라 (도나네맙)

*JAMA* 2023년 TRAILBLAZER-ALZ 2 3상입니다.

항목내용
참가1,736명 (도나네맙 860 · 위약 876)
기간76주
주요 지표iADRS, CDR-SB

결과 (저·중등도 타우 그룹)

지표도나네맙위약지연율
iADRS−6.02−9.2735.1%
CDR-SB1.201.8836.0%

숫자만 보면 키썬라가 더 좋아 보입니다. 다만 두 시험은 대상자 기준과 지표가 달라서 직접 비교할 수 없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붙여본 시험이 아직 없습니다.


6. 그런데 0.45점이 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CDR-SB 18점 척도에서 레카네맙과 위약의 차이 0.45점을 표시한 그래픽

▲ 18점 척도 위에 올려놓으면 0.45점은 이만한 폭입니다.

CDR-SB는 기억·판단력·지역사회활동·집안생활·개인위생 등 6개 항목을 각 0~3점으로 매겨 합산합니다. 최대 18점입니다.

18점 만점에서 0.45점입니다. 한 항목에서 0.5점도 안 되는 변화입니다.

그래서 논쟁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것과 환자·가족이 체감하는 것은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으려면 1점 이상은 차이가 나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지적은 타당합니다. 18개월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4년을 추적했더니 달라졌습니다

2025년에 나온 CLARITY AD 연장 연구(open-label extension) 48개월 분석입니다. 1,734명을 계속 추적했습니다.

자연 경과 대조군(ADNI 데이터)과 비교한 CDR-SB 격차입니다.

시점격차
18개월0.45점
36개월1.01점
48개월1.75점

시간이 갈수록 벌어집니다. 연구진은 이것을 "지속적인 질병조절 효과와 일치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 대비가 핵심입니다. 18개월 숫자만 보면 실망스럽고, 4년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증상을 없애는 약이 아니라 기울기를 바꾸는 약이기 때문에, 짧게 보면 작고 길게 볼수록 커집니다.

다만 연장 연구는 위약군이 없습니다. 참가자 전원이 약을 받았고, 비교 대상은 별도 코호트 데이터입니다. 무작위 비교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7. 부작용 — ARIA를 알아야 합니다

항아밀로이드 항체의 대표적 부작용이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입니다. 뇌가 부어오르거나(ARIA-E), 미세출혈이 생깁니다(ARIA-H).

레카네맙 연장연구 48개월 분석 — CDR-SB 격차가 18개월 0.45, 36개월 1.01, 48개월 1.75로 확대

▲ 18개월 0.45점이 48개월에는 1.75점으로 벌어집니다.

레카네맙도나네맙
ARIA-E12.6%24.0% (증상 동반 52명)
위약군 ARIA-E2.1%
주입 관련 반응26.4%8.7%
치료 관련 사망초록에 미보고3명 (위약 1명)

도나네맙의 ARIA-E는 4명 중 1명꼴입니다.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그래서 두 약 모두 투여 전과 투여 중 뇌 MRI 촬영이 필수입니다.

영국에서는 부작용을 이유로 도나네맙 승인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효과와 위험을 같이 놓고 봐야 하는 약입니다.


8. 국내 상황 — 약은 있는데 쓰기가 어렵습니다

레켐비는 2024년 5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2024년 11월부터 실제 투여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도입 후 6개월 동안 투여받은 사람이 약 700명에 그쳤습니다. 이유는 약이 아니라 조건에 있습니다.

장벽내용
비용1회 약 100만 원 · 연간 약 2,600만 원
급여건강보험 미적용 (전액 본인 부담)
시설정맥주입 시설·전문인력·이상반응 모니터링 체계 필요
검사아밀로이드 확인 + 뇌 MRI 사전·추적 촬영
내원2주에 한 번, 1시간 정맥주사

약값 자체도 문제지만, 아밀로이드를 확인하고 MRI를 반복 촬영할 수 있는 병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더 큰 장벽으로 지적됩니다.

앞으로 들어올 약

키썬라(도나네맙) — 한국릴리가 2025년 12월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미국·일본은 2024년, 유럽은 2025년에 승인했습니다. 허가 신청된 적응증은 「ApoE4 이형접합체 또는 비보유자이면서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초기 알츠하이머병」입니다.

그 밖에 렘터네터그(도나네맙 후속), 국내 개발 중인 AR1001 등이 3상 단계에 있습니다.


9. 그래서 평소에 뭘 해야 하나 — 여기 숫자가 더 큽니다

2024년 *Lancet* 위원회 보고서는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 14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이것들을 관리하면 치매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Lancet 위원회 2024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요인 14가지와 예방 가능 비율 45%

▲ 약의 27%보다 예방의 45%가 큽니다. 성격이 다른 숫자입니다.

앞에서 본 약의 27%와 성격이 다른 숫자입니다. 약은 이미 걸린 사람의 진행을 늦추고, 이쪽은 걸리는 것 자체를 줄입니다.

시기위험 요인
젊은 시절낮은 교육 수준
중년난청 · 고혈압 · 흡연 · 비만 · 우울 · 신체활동 부족 · 과음 · 머리 외상 · 높은 LDL 콜레스테롤
노년당뇨 · 사회적 고립 · 대기오염 · 미교정 시력저하

2024년에 새로 추가된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 높은 LDL 콜레스테롤(중년) — 100만 명 이상 코호트와 27개 연구 멘델리안 무작위화 분석에 근거
  • 치료하지 않은 시력저하 — 두 건의 대규모 메타분석에 근거

시력저하가 목록에 들어간 것이 특히 실용적입니다. 백내장 수술이나 안경 처방처럼 이미 해결법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난청도 마찬가지로, 보청기라는 답이 이미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싱겁게 들리지만, 근거의 크기로 보면 지금 나온 어떤 약보다 큽니다.


10. 정리

질문
치매를 되돌리는 약이 있나없습니다
진행을 늦추는 약은있습니다 — 레켐비, 그리고 심사 중인 키썬라
얼마나 늦추나18개월에 0.45점(27%), 4년에 1.75점
누구나 쓸 수 있나아닙니다. 초기 + 아밀로이드 확인 + MRI 가능한 병원
부작용은ARIA — 레카네맙 12.6%, 도나네맙 24.0%
비용은연 약 2,600만 원, 급여 미적용
예방은위험 요인 14가지 관리로 약 45%

「27% 늦춘다」는 말은 과장도 거짓도 아니지만, 그것만 떼어 놓으면 오해를 부릅니다. 18점 척도의 0.45점이라는 사실과, 4년에 걸쳐 1.75점으로 벌어진다는 사실이 같이 있어야 온전한 그림이 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약을 기다리는 쪽이 아니라,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재고 보청기를 맞추는 쪽에 있습니다.


참고문헌

  • van Dyck CH, et al. Lecanemab in Early Alzheimer's Disease. *N Engl J Med* 2023;388:9-21.
  • Sims JR, et al. Donanemab in Early Symptomatic Alzheimer Disease (TRAILBLAZER-ALZ 2). *JAMA* 2023;330:512-527.
  • The Lecanemab Clarity AD Open-Label Extension: Initial Findings From the 48-Month Analysis. 2025. PMC12725329.
  • Livingston G, et al. Dementia prevention, intervention, and care: 2024 report of the Lancet standing Commission. *Lancet* 2024.
  • 대한치매학회 레카네맙 국내 권고안 및 도입 1년 실제 진료 데이터 (2026).
  • 식품의약품안전처 레켐비 허가 사항 (2024.5), 한국릴리 키썬라 허가 신청 (2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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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이야기를 정리하고 나니 남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약을 쓰지 않고 늦춘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 확인된 걸까요.

걷기·운동·수면을 다룬 최근 논문 다섯 편을 원문으로 확인해 이어서 정리했습니다.

치매 예방, 약 없이 어디까지 확인됐나 — 논문 5편으로 정리


이 글은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약물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들어보긴 했는데, 진짜일까.
논문으로 확인하고 말합니다. — 진짜 그런가


이 글은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약물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들어보긴 했는데,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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