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 약 없이 어디까지 확인됐나 — 논문 5편으로 정리
앞 글에서 이어집니다
앞서 치매약이 「27% 늦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정리했습니다. 18점짜리 척도에서 0.45점 차이였습니다.
그 글을 쓰고 나서 남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약을 쓰지 않고 늦춘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 확인된 걸까요.
걷기, 잠, 운동. 다들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좋다더라」와 「연구에서 이렇게 나왔다」는 다릅니다. 최근 논문 다섯 편을 원문으로 확인해봤습니다.
미리 밝혀둡니다. 결론이 갈리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글은 어느 쪽이 맞다고 정하지 않고, 어떤 연구가 무엇을 봤는지까지만 적습니다.
1. 걸음 수 — 늘릴수록 계속 좋아지진 않았다
2025년 11월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하버드 노화뇌연구(Harvard Aging Brain Study) 결과입니다.
인지 기능이 정상인 노인 296명에게 만보계를 채우고 최대 14년을 따라갔습니다. 해마다 인지검사를 하고, 아밀로이드와 타우를 PET로 찍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기저 아밀로이드가 높은 사람들 중에서, 걸음 수가 많을수록 인지·기능 저하가 느렸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많이 걸을수록 계속 좋아지는 그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하루 3,001~5,000보에서도 타우 축적과 인지저하가 느려지는 것이 관찰됐고, 5,001~7,500보에서 그 효과가 평평해졌습니다. 그보다 더 걸은 사람들과 비슷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하루 만 보」가 이 연구의 기준은 아니었습니다.
2. 그런데 줄어든 것은 아밀로이드가 아니었다
같은 연구에서 더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걸음 수가 많은 사람에게서 아밀로이드가 줄어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관련성이 기저 시점에도, 추적 기간에도 아밀로이드 부담과 무관했다고 적었습니다.
대신 달랐던 것은 타우였습니다.
걸음 수가 많을수록 타우가 쌓이는 속도가 느렸고, 그 차이가 인지저하 둔화를 대부분 설명했습니다.
앞 글에서 정리했듯 아밀로이드는 방아쇠, 타우는 실제 증상과 더 가까운 단백질입니다. 이 연구는 걷기가 아밀로이드를 치우는 게 아니라 그다음 단계를 늦추는 쪽과 관련이 있다고 본 셈입니다.
다만 이것은 관찰 연구입니다. 많이 걸어서 타우가 덜 쌓인 건지, 뇌가 아직 건강해서 많이 걸을 수 있었던 건지는 이 설계로 가릴 수 없습니다.
3. 중년에 움직인 것과 노년에 움직인 것
2025년 11월 JAMA 네트워크 오픈에 실린 프레이밍햄 심장연구 분석입니다. 미국에서 70년 넘게 이어온 코호트입니다.
중년기 1,943명을 평균 25.9년, 노년기 885명을 평균 14.5년 추적했고, 그동안 치매가 567건 발생했습니다.
| 시기 | 활동량 | 위험비(HR) | 95% 신뢰구간 |
|---|---|---|---|
| 중년기 | 상위 40% | 0.60 | 0.41–0.89 |
| 상위 20% | 0.59 | 0.40–0.88 | |
| 노년기 | 상위 40% | 0.64 | 0.42–1.00 |
| 상위 20% | 0.55 | 0.35–0.87 |
가장 적게 움직인 사람들을 1로 놓고 비교한 값입니다. 1보다 작으면 치매가 덜 생겼다는 뜻입니다.
중년기와 노년기 둘 다 비슷한 폭으로 낮았습니다. 「이미 늦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결과입니다.
다만 노년기 상위 40% 구간은 신뢰구간 상단이 1.00에 닿아 있습니다. 이 구간은 다른 값들만큼 확실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4. 그런데 운동시험 하나는 차이를 못 보였다
여기까지는 「움직이면 좋다」로 읽힙니다. 그런데 무작위배정 시험 결과는 달랐습니다.
2025년 4월 알츠하이머스 앤드 디멘시아에 실린 EXERT 시험입니다. 관찰이 아니라 사람을 무작위로 나눠 비교한 3상 시험입니다.
좌식 생활을 하면서 기억성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296명을 두 군으로 나눠 18개월 동안 운동시켰습니다.
한쪽은 중강도~고강도 유산소운동, 다른 쪽은 저강도 스트레칭·균형운동이었습니다.
1차 결과지표인 전역 인지 합성점수에서 두 군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회귀계수 −0.078, 표준오차 0.074, p = 0.3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2개월 시점에 두 군 모두 인지저하가 없었습니다. 해마 부피 손실도 0.51%로 낮았습니다.
이 결과는 두 가지로 읽힙니다.
| 읽는 방식 | 내용 |
|---|---|
| 강한 운동이 더 낫진 않다 | 유산소가 스트레칭보다 나은 결과를 못 보였다 |
| 둘 다 효과가 있었을 수 있다 | 비교군인 스트레칭군도 나빠지지 않았다 |
비교 대상이 「아무것도 안 하는 군」이 아니라 저강도 운동군이었다는 점이 이 시험을 해석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이 시험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5. 잠 이야기는 어디까지 확인됐나
「잘 자야 치매를 막는다」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2025년 6월 노년의학 저널에 실린 메타분석을 봤습니다. 15개 연구, 65,501명을 모은 것입니다.
| 항목 | 위험비 | 95% 신뢰구간 | 판단 |
|---|---|---|---|
| 낮에 심하게 졸림 → 치매 | 1.68 | 1.07–2.66 | 유의 |
| 낮에 심하게 졸림 → 인지저하 | 1.26 | 1.13–1.41 | 유의 |
| 8시간 초과 수면 → 치매 | — | 0.94–1.77 | 불확실 |
| 8시간 초과 수면 → 인지저하 | +13% | 0.92–1.40 | 불확실 |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낮에 심하게 졸린 것은 치매·인지저하와 관련이 확인됐습니다. 신뢰구간이 1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래 자는 것」은 신뢰구간이 1을 걸쳤습니다.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한다는 것은 차이가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많이 자면 위험하다」로 읽으면 이 연구를 넘겨 읽는 것입니다.
불면과 치매를 본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불면이 치매와 관련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치매 오즈비 1.36(95% CI 1.01–1.84), 알츠하이머병 1.52(1.19–1.93), 혈관성 치매 2.10(2.06–2.14)이었습니다. 다만 전체 치매의 신뢰구간 하단이 1.01로 아슬아슬합니다.
정리하면
| 연구 | 설계 | 본 것 |
|---|---|---|
| Nature Medicine 2025 | 관찰 · 296명 · 최대 14년 | 걸음 수 많을수록 타우 축적·인지저하 느림. 5,001~7,500보에서 정체 |
| JAMA Netw Open 2025 | 관찰 · 프레이밍햄 | 중년·노년 둘 다 활동량 많을수록 치매 위험 낮음 |
| EXERT 2025 | 무작위배정 3상 | 유산소와 스트레칭 차이 없음. 단 두 군 모두 저하 없었음 |
| 노년의학 저널 2025 | 메타분석 · 65,501명 | 주간졸음은 유의, 긴 수면은 불확실 |
| PLOS One | 메타분석 | 불면과 치매 관련. 신뢰구간 하단 1.01 |
관찰 연구들은 움직인 사람에게서 치매가 덜 생겼다고 보고합니다. 무작위 시험은 운동 강도를 높인 군이 더 낫진 않았다고 보고합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 것일 수 있습니다. 관찰 연구는 「평생 움직인 사람은 어땠나」를, 시험은 「지금부터 18개월 강하게 운동시키면 달라지나」를 본 것입니다.
어느 쪽이 맞다고 이 글에서 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은 구분해서 적었습니다.
이 글에서 뺀 것
쓰려다 만 내용이 있습니다. 원문에서 숫자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내용 | 뺀 이유 |
|---|---|
| 「하루 1,000보당 알츠하이머 발병 1년 지연」 | 여러 매체에 인용돼 있으나 원 논문 초록에서 이 수치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 「주 3회·60분 이내 빠른 걷기가 효과적」 | 인용은 있으나 원 논문을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
| 잠자는 동안 뇌가 노폐물을 씻어내는 속도 | 사람에서의 정량 수치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확인 못 한 숫자를 그럴듯하게 적는 것보다, 뺐다고 밝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이번에 정리하면서 5,001~7,500보에서 효과가 평평해졌다는 대목이 가장 의외였습니다. 만 보를 채우려고 애쓰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EXERT 시험 결과도 마음에 걸립니다. 관찰에서는 그렇게 뚜렷했는데, 정작 무작위로 나눠 시켜보니 차이가 안 나왔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걷기나 수면을 바꿔보신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한 논문
· Yau WW et al. Physical activity as a modifiable risk factor in preclinical Alzheimer's disease. Nature Medicine. 2025. DOI 10.1038/s41591-025-03955-6
· Marino FR et al. Physical Activity Over the Adult Life Course and Risk of Dementia in the Framingham Heart Study. JAMA Network Open. 2025. DOI 10.1001/jamanetworkopen.2025.44439
· Baker LD et al. Effects of exercise on cognition and Alzheimer's biomarkers i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adult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The EXERT study. Alzheimer's & Dementia. 2025. DOI 10.1002/alz.14586
· Khaing K et al. Effect of Excessive Daytime Sleepiness and Long Sleep Duration on All Cause Dementia. 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25. DOI 10.1093/gerona/glaf087
· Insomnia and risk of all-cause dement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LOS One.
이 글은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개인의 상태에 맞는 판단은 진료를 통해 받으시기 바랍니다.
들어보긴 했는데, 진짜일까.
논문으로 확인하고 말합니다. — 진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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